탐조 일기를 작성하기에 앞서, 나는 탐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50종도 탐조해 보지 못한 조린이 임을 밝힌다.

 

때는 2023년 10월 28일이었다. 여자친구가 알바를 간 사이에 시간을 죽여야 했던 나는 탐조나 할까 하며 근처의 공원을 찾아보던 중 상도근린공원이 있는 것을 알았다.

내 집근처에도 산이 없는건 아니지만 저번에 탐조하러 갔다가 헥헥대며 얼마 못가 돌아온 기억이 있어 공원 정도면 괜찮겠지~ 하며 탐조를 나섰다.

 

탐조를 시작하고 머지않아 귀여운 새소리가 들렸고 그곳을 들여다보았다.

 

그곳에는 우리가 흔히 뱁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있었다.저 동글동글한 몸을보면 너무 귀여워 푹 빠져버릴 것 같다.

 

눈을 크게 뜨고 보면 뱁새가 몇마리 보인다

(내가 보기에)뱁새들은 여러마리가 몰려다니고, 쉴새없이 수풀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니 찍기가 참 어렵다.

 

계속 새소리를 쫓아가던 와중 문득 든 생각. '이거 공원이 아니잖아?' 상도근린공원은 생각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거의 산을 타듯 올라가야 있던 것이다.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좀 해둘껄...

 

쇠박새는 박새와 다르게 넥타이가 없다

올라가던 길에는 쇠박새도 보았다. 찍을 때는 그냥 박새인가 싶어서 찍었는데, 사진을 정리하는 와중에 이 친구가 쇠박새라는 것을 알았다! (쇠박새, 박새, 진박새는 나같은 조린이들이 얼핏 보기엔 구별이 어렵다.)

 

우리나라에서는 폴더 이름으로 유명한 새

 

우리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. 직박구리다. 저엉말 시끄러운 새로 도심에서 새소리가 시끄럽게 난다 하면 십중육칠은 직박구리인것 같다.

 

계속 헉헉대며 올라가던 와중에 국사봉이라는 정상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보였다. 하지만 저기 올라갔다가는 내가 죽을 것 같아 공원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. 그리고 국사봉중학교 근처에서 새가 없나 두리번거리던 도중... 딱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.

 

그 소리를 내던 친구는 오색딱따구리였다! 너무 멀어 동정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여러장 찍어서 비교해본 결과 이 친구는 오색딱따구리임이 밝혀졌다. 저 얼핏 보이는 빨간 깃털과 저 색조합은 오색딱따구리가 틀림없다.

 

이제 슬슬 알바가 끝날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길을 나섰다.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새소리가 나면 그쪽을 한도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. 지금부터는 하산하며 만난 친구들을 소개한다.

 

 

멧비둘기는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다. 우리가 알고있는 비둘기는 집비둘기이고 이 친구는 우리나라 텃새인 멧비둘기다. 가끔 산에서 들려오는 구구오오 하는 소리가 바로 이친구가 암컷을 유혹하는 소리이다.

 

 

물까치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다. 물까치라는 이름은 물을 좋아하거나 물 근처에 살아서가 아니고 물 색깔의 깃털을 가지고 있어서 물까치라고 불리게 된 듯 하다. 이는 물까치의 영어명인 Azure-winged magpie를 보면 잘 알 수 있다.

 

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원을 떠나기전 무언가 작은 친구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길래 자세히 봤더니...

 

눈 크게 뜨고 새를 찾아보자

무려 상모솔새였다! 이 친구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철새중 가장 작은 새로 작은 만큼 아주 귀엽다. 정수리에 노란 깃털이 트레이드 마크로 사진에서 왼쪽 아래에 위치해있다. (잘 보면 노란 정수리가 보인다.)

 

이렇게 내 생애 첫 (각 잡고 한) 탐조가 끝이 났다.

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. 다음 탐조때는 더 많은 친구들을 종추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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